깊생 하지마! grigogl 도연
휴대폰을 챙기지 못한 채 떠난 장거리 여행.
첫 휴게소에 도착해서야 휴대폰을 놓고 온 걸 알아버렸다.
안 하던 체크리스트를 작성하면서까지 여행에 필요한 것들을 챙기면서
나도 계획형 인간이 될 수 있다고 뿌듯해했는데 말이다.
의도치 않게 문명의 도움에서 자유로웠던 1박 2일의 나는 사진을 찍는 대신 연필과 펜을 들었다.
전주국제그림책도서 전에서의 좋은 경험이었다.
다만, 함께 여행을 한 친구들은 길치인 내가 길을 잃을까 노심초사했고 나는 놓칠까 열심히 따라다녔다.
고정순작가님의 낭독을 들으며 눈물을 훔치고 국내 국외 작가님들의 귀한 원화를 만나고 이야기도 들었다.
잠시 길을 잃어도 좋을 시간들이었다.
돌아오는 길,
눈물을 글썽일 만큼 배꼽을 잡고 웃기도 하고
침묵으로 각자의 고달픔에 마침표를 찍기도 했다.
길고 긴 터널에서 빠져나오며 우리는 외쳤다.
"깊생 하지 마~~~~!!"
그 터널 끝에서 맞이하는 빛이 함께 여행한 친구들에게도 쏟아지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