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른아이들 grigogl 도연
동갑내기 부부 친구들은 도시락을 싸서 자운서원으로 소풍을 갔다.
너른 잔디밭위에서 아이가 되어 마냥 즐거워하는 어른아이들.
아이들 소풍을 위해 도시락을 준비한 적은 있지만,
오로지 우리들의 소풍을 위해 준비한 건 처음인 듯 했다.
볕을 적당히 가린 나무아래 돗자리를 펴고 둘러앉아 가지고 온
먹거리들을 풀었다.
설렘이 한가득인 중년들의 소풍같은 수다는 죽음을 어떻게하면 잘 맞이할 것인가에 대한 이야기였다.
마냥 이상일지도 모를 행복하게 죽음을 맞이하는 순간을 한명씩 돌아가며 이야기할 때는 사뭇 진지하면서도 해맑은 어린 아이들마냥 웃음소리가 너른 잔디밭을 가로질렀다.
그림 그리고 글을 쓰다가.. 풀을 뽑다가..게임을 하다가.. 컴퓨터앞에서 개발하다가 ..잠을 자다가..책을 읽다가..등등
죽음을 이야기하는 순간이 그리 유쾌할 수 없었다.
가장의 짐과 아내의 무게 그리고 질병에 자유롭지 못한 50대 후반을 지나가는
어른아이들은 가을볕아래에서 익을대로 익어버린 노곤함을 마음껏 털어낸 자리였다.